가장 좋아하는 인디그룹 ‘가을방학’ 의 삼아일산 입니다. 가을방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컬 ‘계피’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멜로디와 온화하게 공감되는 일상적 가사 때문일 겁니다.

삼아일산은 하나의 우산속의 세 아이라는 의미의 한자어 입니다. 두 남자아이와 한 여자아이는 우산이 하나밖에 없어 어떻게 비를 피할까 고민하다가 다같이 비를 맞고 집에간다는 불합리한 리스크 관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비합리적인 결과속에 따뜻하게 녹아있는 잠들기 전 따뜻한 우유같은 그런 마음 때문이겠죠. 이 마음 참 이뻐요. 아주 많이. 개인적으로 이런 잔정에 애착을 가지고 있구요. 이런 잔잔한 감정들을 무지무지무지 사랑합니다.

이런 잔잔한 감정과 관계들이 모여
행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겠죠 뭐.

행복은 항상 관계에서 나옵니다.

 

 

가을방학 2집 ‘선명’ (2013.04.08)

「 삼아일산(三兒一傘) 」

뜻밖의 비에 세 명의 아이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산이 있는 건 여자아이뿐

남자아이가 집이 가까우니 그냥 맞고 가겠다 한다
다른 남자아이는 자기 집이 더 가깝다며 뛰어가면 된다 한다
여자아이는 누구 집이 더 가까운지 알지만 잠자코 있는다

남자아이가 우산을 하나 사서 가겠다고 한다.
다른 남자아이가 돈은 있냐고 물어본다. 둘 다 마침 돈이 하나도 없다
여자아이는 돈을 갖고 있지만 잠자코 있는다

여자아이가 택시 타고 갈 테니 둘이 우산을 쓰고 가라고 하니
남자아이들은 동시에 그건 안 된다고 한다

남자아이가 집에 전화해서 동생한테 나오라고 하겠다 한다.
다른 남자아이는 자기가 집에 전화해서 형한테 나오라고 하겠다 한다
둘은 누구 집이 더 가까운가 하는 문제로 다시 돌아왔다.

여자아이가 억지로 다 같이 우산을 쓰고 가볼까 하니
남자아이들은 동시에 그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셋은 그냥 다 같이 비를 맞고 가기로 했다

말없이 빗속을 걸으며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대해 생각했고
다른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에 대해 생각했고
여자아이는 아침부터 우산을 챙겨준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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