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국출장을 다녀오면서 라스트 사무라이 (Last Samurai) 라는 일본 영화를 비행기에서 보았습니다. 라스트 사무라이 (Last Samurai) 영화 제목만 보면 일본을 좋아하는 서양 와페니즈 1 들이 제작한 일본찬양 영화일 것으로 보이나 실제 영화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내용은 19세기말 사무라이들을 기반으로 했던 정치조직 막부가 무너지고 새로운 메이지정부가 수립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사무라이를 기반으로 한 세력들이 무참히 무너지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지요.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말, 사카모토 료마를 통한 대정봉환2이 이루어진 후 발생한 세이난 전쟁 (서남정벌) 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세이난 전쟁은 메이지 신정부에 반대해서 일어난 사이고 다카모리가 일으킨 전쟁을 이야기하며 영화는 이 세이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이난 전쟁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메이지 유신에 성공한 사츠마번과 쵸슈번은 일본에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서구화에 힘쓰면서 부국강병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갑니다. 하지만 일본이 가진 전통과 신식문물이라는 서구화의 사이에서 일본의 민중과 사무라이는 여러가지 갈등을 겪게 됩니다.
마지막 사무라이의 배경 사쓰마번의 위치. 일본의 서남쪽에 있어서 서남전쟁 (세이난 전쟁) 이라고 불린다
이와쿠라 사절단이 유럽순방을 마치고 와서 유럽의 국민개병제를 일본에 도입하려고 시도합니다. 메이지 3인방 중 한명이 사쓰마번 출신인 사이고 다카모리는 사무라이로부터 전쟁의 특권을 빼앗는 것은 무사도 정신을 잃게 하는 일이라며 반대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근거지의 가고시마로 돌아가 버리죠. 전국에 있는 많은 사무라이들은 사이고가 개설한 군사학교에 입교하면서 가고시마로 몰려들었고 이 때 규합된 무사의 숫자가 1877년 2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당시 사무라이들은 사이고 다카모리가 사무라이들의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천황에 보고해주길 바랬고 이에 사이고는 사츠마에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사이고 다카모리와 사무라이들은 기관총과 신식무기로 무장한 메이지군에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맙니다. 이로써 일본의 사무라이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사무라이를 강하고 멋지게 그리기 위해 초기 전투에서는 메이지 유신군을 화살과 칼로 베어버리는 씬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았을 것입니다. 수십년간 검술을 익히고 사무라이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살던 그들은 기관총 사격을 배운 농민들에게 무력하게 무너져 버립니다. 이것이 당시의 현실이었으며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자들은 값비싼 댓가를 치렀던 것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와페니즈들과 일본사람들은 아직도 사무라이에 대한 향수, 무사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일본적 감성이 살아있는 영화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현대 일본인들은 ‘사카모토 료마’ 라는 인물을 제일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사카모토 료마를 제일 존경한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사무라이 검을 버리고 철선을 선택한 사카모토 료마. 그리고 그를 존경하는 손정의 회장
일본 사람들이 사카모토 료마를 존경하는 건 페리제독의 개항과 검은배 사건 이후 십수년간 갈고 닦은 검술을 버리고 재빨리 철선을 도입하고 일본해군 증강에 힘쓴 사카모토 료마가 일본 근대화의 근간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eckosc_quote quote=”칼은 철선을 이길 수 없다” source=”” url=”” pull=”false”]
이 단순한 진리가 현대의 일본을 만들었다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